
빛바랜 사진 속, 파도 소리가 들려오던 바닷가 마을에서 한 시대를 품어 안았던 아버지와 청년 아들의 환한 미소가 남아있다. 세월이 흘러 참된 어른이 세상을 떠난 날, 드라마 속 아들은 눈시울을 적시며 오래된 기억의 상자를 열었다.
배우 차인표는 30일 자신의 SNS를 통해 29일 밤 향년 87세로 세상을 떠난 故 최불암을 향한 애통한 마음을 고백했다.
1998년 국민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던 MBC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 故 최진실, 김혜자, 송승헌 등과 함께 한 울타리 안에서 호흡했던 당시를 떠올린 차인표는, 까마득한 막내 후배의 머뭇거림조차 무겁게 받아들여 주었던 거목의 다정함을 나눴다.
"가장 낮은 자세로 후배의 손을 잡던 어른… 안녕히 가세요, 나의 아버지"
"네가 같이 가주면 나도 다음에 같이 가주겠다"며 손을 내밀던 최불암의 따스한 권유. 후배를 결코 아래로 내려다보지 않고 하나의 인격체로 귀하게 가슴에 담았던 고인의 인품은 차인표의 기억 속에 영원한 온기로 남아있었다.
"아버지로 인해 수많은 대중이 위로를 얻었습니다. 오래도록 우리의 아버지가 되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30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차가운 빈소 너머로, 드라마 속 아들이 올리는 마지막 절과 애도의 목소리가 가을 바람을 타고 나지막이 퍼져나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