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손에 바둑돌만 쥐었던 전설의 기사가 43년 만에 생애 첫 이력서를 들고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지난 10월 23일 첫 돛을 올린 KBS2 예능 '백수 이세돌'(연출 이명섭)에서는 정재형과 장도연의 따뜻한 진행 속에서 바둑 은퇴 후 진정한 사회인으로 거듭나려는 이세돌의 첫걸음이 포착됐다.
"백수가 의외로 바쁘다"는 농담으로 포문을 연 이세돌은 24세 '잠실 맥주 판매퀸' 안유경 씨를 스승으로 모시고 20kg 무게의 맥주 배낭을 짊어졌다. 19살이나 어린 스승 앞에서 아쉬웠던 시구 소감을 하소연하던 유쾌한 모습도 잠시, 관중석 계단을 오르내리는 그의 이마엔 정직한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거품 지옥 이겨낸 집념"… AI 시대에 사람이 전하는 맥주 한 잔의 온기
처음엔 Card 결제기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거품만 가득 내보내며 당황했지만, 이세돌은 관람객 한 명 한 명에게 눈을 맞추며 친근하게 다가갔다. 따스한 팬서비스와 집념이 더해져 그는 목표였던 100잔에 육박하는 86잔을 판매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바둑 두는 게 제일 쉬웠다"며 지친 미소를 지으면서도, "20여 년간 바둑기사로 살아온 길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꼈다.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마음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전한 이세돌. MC 정재형의 말처럼 용기 있게 도전하고 즐기는 그의 새로운 출발은 시청자들의 가슴에 깊은 울림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