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지웅, 스타벅스 조롱 논란 일침 "정치인 혐오 규제 시급"

박규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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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야구부 '스타벅스' 조롱 논란에 허지웅이 일침을 가했다. 그는 혐오 문화를 조장하는 정치인 대상 강력한 규제 입법을 촉구했다.

작가 겸 방송인 허지웅이 최근 불거진 고교 야구부의 '스타벅스 조롱' 논란에 대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화와 정치권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지웅 작가
허지웅 작가

반복되는 혐오 논쟁과 '렉카 정치인'의 폐해

2일 허지웅은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혐오 논쟁이 반복되는 패턴을 분석한 장문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사건이 공론화되면 이른바 '렉카 정치인'이 등장해 사실상의 2차 가해와 논점 흐리기에 나선다며, 이들이 논쟁을 확대 재생산해 진영에 유리한 정치적 수단으로 악용하는 현실을 꼬집었다.

이어 특정 지역을 차별하는 정서가 이미 사회 전반에 공기처럼 뿌리내렸다며, 이목이 쏠렸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학생들만 처벌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며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히 피해자를 위로한다는 명목의 다툼이 결국 특정 지역을 영원한 2차 가해의 늪으로 밀어 넣었다며 정치권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 혐오 발언 규제 입법 촉구

허지웅은 혐오 문화를 근절하기 위해 본보기가 될 수 있는 '원점'을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이 아닌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한정해 혐오 발언을 규제하는 강력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의 발언이 혐오로 인정될 경우 비가역적인 손해를 입히는 처벌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러한 제도적 규제가 어렵다면 차라리 아무도 관련 이야기를 하지 않고 잊고 사는 것이 나을 수 있다며 혐오가 방치되는 현실에 대한 씁쓸함을 토로했다.

'스타벅스' 조롱 논란의 전말

이번 논란은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선수권대회 배재고와 광주제일고의 경기 중 발생했다. 배재고 야구부 일부 학생이 상대 팀 더그아웃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친 것이 발단이다.

해당 구호는 과거 스타벅스의 5·18 민주화운동 관련 논란을 연상시키는 지역 비하 발언으로 해석되어 큰 파장을 일으켰다. 광주제일고 측의 항의로 심판진이 주의 조치를 내렸으며, 사태가 커지자 배재고 측은 공식 사과문을 게재했다. 현재 서울시교육청의 진상 조사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징계 검토가 진행 중이다.


이하 허지웅 글 전문

최근 혐오 논쟁에 패턴이 있습니다. 사건이 벌어집니다. 공론화됩니다. 공분이 폭발합니다. 후속 보도와 관심이 이어집니다.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때 렉카 정치인이 등장합니다. 커피를 마실 자유가 있다는 등 사실상의 2차 가해와 논점 흐리기에 나섭니다. 논쟁을 확대 재생산하여 진영에 유리한 정치적 수단으로 바꾸어놓습니다.

빠르고 정확한 처벌이 있다면 어떨까요. 원칙에 따라 조기에 처리할 수 있다면?

어렵습니다. 한국에 광주와 전라도를 모욕하고 차별하지 않는 공간은 없습니다. 얼마나 크고 사소하고 빈번한지의 차이만 존재합니다. "저는 광주의 아픔에는 공감하는데요"라며 피로를 호소할 때 가장 효과적인 모욕이 됩니다. 모두 공기 같은 겁니다. 즉, 문화입니다. 더 많은 이목이 쏠렸다는 이유만으로 처벌하면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정치의 역할이 컸습니다. 긴 시간 구호와 모욕만을 주고받았습니다. 피해자를 위로하고 구제한다는 다툼은 결국 광주를 영원한 2차 가해의 늪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정치인이 혐오 문화를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모욕을 한다. 넘어간다. 다음 번에는 더 큰 모욕을 한다. 문제가 되면 해명을 한다. 빠져나올 수 없을 때는 사과를 한다. 모욕과 차별이 반복되며 혐오해도 되는 대상과 범위가 결정된다. 어디까지 괜찮고 안 괜찮다는 표현의 수위가 설정된다. 왕따는 나쁜 거지만 아무튼 왕따는 쟤니까 알고는 있으라는 낙인이 찍힌다. 그렇게 특정 지지층에 한정하지 않는 혐오 문화가 형성, 반복, 강화됩니다.

이미 문화로 뿌리내린 걸 더 큰 분노와 처벌로 해결하기는 난망합니다. 본보기로 삼는 것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렉카 정치인들은 본보기 여론을 활용하는 방법을 학습하며 진화하고 있습니다. 혐오의 씨를 뿌렸으니, 수확도 하겠다는 겁니다.

이걸 정말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원점을 타격해야 합니다. 정치인의 입에서 나오는 혐오 발언을 규제할 수 있는 입법이 필요합니다. 전 국민 대상 말고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에 한해서요. 거기가 진짜 정확한 좌표입니다. 본보기 말입니다. 혐오 발언으로 인정될 시 해당 정치인에게 비가역적인 손해를 끼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어렵고 지지부진할 거면 그냥 아무도 광주 이야기 안 하는 건 어떨까요. 지역 혐오 사건으로 오르내리는 거 광주 사람 중 반기는 이 하나도 없습니다. 전국구 왕따라는 낙인 효과만 강화되는 걸 수십년 반복했습니다. 그걸 누가 좋아합니까. 원래에도 상징만 남았지 현실로부터 잊혀지고 버려진 곳이었잖아요. 혐오 문제 해결 안 할 거면 그냥 피차 잊고 사는 게 서로에게 더 나은 삶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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